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부부로 살면서 연애 때의 설레고 좋은 감정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행복한 가정을 일구려는 꿈을 안고 결혼의 문을 통과하지만 곳곳에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결혼초기 부부갈등 요인으로는 성격 및 가치관과 생활습관 등의 개인적 요인, 전통적으로 시댁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인 원가족 요인, 그리고 부부관계요인에서 가장 중요한 대화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 중에서도 특히 부부가 소원해지고 갈등이 깊어가는 것은 일상의 대화에서 감정을 교류하는 친밀함이 없어질 때이다. 자녀가 태어나고 바쁜 일상에 매이게 되면 배우자와 소통도 쉽지 않고 감정적 유대는 더욱 힘들어진다. 사소한 것들이 쌓이면서 서운함이 깊어가고 부부관계가 돌이키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서적 소원함이 깊어지면 관계 단절로 나아가게 되고 부부 성문제, 외도문제 등도 복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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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다시 가슴이 막힌다면서 입을 다물었다. 마주 보며 대화하다가 남편이 아내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자 아내는 절벽이 가로놓인듯한 답답함과 단절감을 느꼈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않고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는 태도, 하나하나 따져서 아끼고 절약하는 모습이 숨이 막힐 듯 싫었다. 이전에 내편이 되어주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동조하면서 자신을 비판했던 기억들까지 되살아나면서 남편이 너무도 미워지고 분노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남편은 아내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문제에 빠져있으며, 가정일에 소홀하고 나태한 태도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먼저 이해해보려는 태도보다는 자신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평가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해보려는 태도를 취했다. 아내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없었고,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는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무심코 하는 한마디가 아내에게 어떤 상처를 주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기 전에는 인식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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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아내와 다시 잘 지내기 위해서 많은 부분에서 노력하려는 자세가 엿보였다. 아내가 남편의 태도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자신은 진지하고 심각하게 말하는데 가볍게 받아들이고 그 상황만 모면하려는 표면적인 대응을 한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지만 그 이전에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에서부터 익숙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어내고 나의 감정을 잘 표현하려면 자신이 어떤 느낌인지, 순간순간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지를 잘 알아차리는 것이 먼저다. 나의 감정을 알아차려야만 그 다음 단계로 내 감정을 표현할 수가 있다. 대화기술에 관심을 가지던 남편에게 기법보다 먼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도록 안내했다.
남편은 대화 상황에서 어떤 말이 나오면 어떻게 대응해야지 하는 문제해결적인 대응책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대화에 임했다. 그래서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대화를 하기가 어려웠다.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태도가 대화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숨긴다고 해도 대화 과정에서 비언어적으로 나타나게 되어있다. 상대방의 의도와 기분에만 관심을 갖고 맞추려는 태도에서는 진솔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남편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인관계에서 이런 태도가 몸에 배어있었다. 고객의 의도를 간파해서 원하는 것에 맞추려는 태도를 아내에게도 그대로 적용했다. 아내가 무슨 말을 하면 의도를 파악하고 문제해결적인 대안만 제시하려고 했다. 별로 문제가 안되는 상황은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어 건성으로 넘어갔다. 그런 모습에서 아내는 남편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진정성있게 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소통이 안되는 답답함을 느꼈다. 해소되지 못한 감정들이 가슴에 쌓여가지만 나누지는 못하고 역할만 강조되면서, 자신은 집에서 남편과 아이들의 뒷치닥거리만 하는 밥순이라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상담 회기를 거치면서 10년의 결혼생활을 통해 억압된 과거의 미해결감정들을 해소해가자 관계에 대한 긍정적 관점과 친밀한 감정이 되살아나게 되었다. 이 부부는 소통이 단절되면서 환경적인 여러 가지 문제를 부부가 대화로 풀어내고 조절하지 못하면서 이혼까지 갔었다. 그러나 상담 이후 다시 재결합하는 쉽지않은 결단을 하게 되었다. 연애 때의 낭만적 감정이 되살아나고 장밋빛 전망을 갖고 새로운 시작을 모색할 수 있었다.
상담과정에서 남편과의 관계에서 막힌 듯한 답답함의 원인을 알게 되고, 감정을 표현하고 공감되는 경험을 한 후 아내의 소감이 인상 깊다. “뭐가 문제였는지 알 것 같다. 겉이 잔잔하게 흐른다고 다 평온한 것이 아니라 그 밑에는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표면적인 것만 보지 말고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갖고 있는지 서로 공유되어야 관계가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일상에서 부부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관계보다도 부부관계가 가장 우선시되어야한다.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친밀한 대화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 '아트 앤 씨' 2014 5월호 게재)
여아림 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최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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