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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은 필연적으로 두 개의 ‘혹’을 달고 다닙니다. ‘매혹’과 ‘잔혹’이죠. 먹는 자와 먹히는 자가 벌이는 약육강식의 드라마는 매혹적이지만 윤리나 이성 같은 가치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그래서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사냥감의 몸뚱이가 갈갈이 해체돼 포식자의 위장에서 녹아들어가 한 덩이 똥으로 배출되는 결말로 마무리되곤 하죠. 힘없는게 악(惡)이요, 약자가 죄인인 잔혹한 결말입니다. 이런 구도 속에서 사냥감이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행복은 고통없이 숨통이 끊겨 삶을 마무리하는게 아닐까요? 지금부터 보여드릴 1분 남짓의 야생 드 신한은행 대출이자 라마에 이런 서사가 속속들이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우선 남아프리카 지역 야생동영상포털 레이티스트 사이팅스 페이스북에 올라온 동영상부터 보실까요?
누우떼가 평화롭게 물을 홀짝이던 고요는 금 담보가등기 세 깨졌습니다. 늪의 포식자이자 파충류의 제왕인 나일악어가 누우 한 놈을 급습했어요. 주둥이를 물린 누우는 속절없이 물속으로 끌려들어갑니다. 하지만 하나뿐인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필사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어요. 누우와 악어 모두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미성숙 개체로 보입니다. 덩치도 힘도 아직 미완인 포식자와 먹잇감이 공포의 균형을 이룹니다. 포식자는 압도 이혼무료상담 하지 못했고, 먹잇감은 떨쳐내지 못했어요. 이 균형이 약자에겐 비극입니다. 대체로 시간은 포식자의 편이거든요.
누우가 악어의 습격을 피해 본능적으로 점프하고 있다./7wonderssafaris.com
다 자란 성체의 가정생활의지혜 경우 백수의 왕으로 불리는 사자보다 열 배나 강력한 턱힘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나일악어이니 어린 놈이라도 무시못할 치악력을 자랑했을테죠. 고라니의 그것처럼 가냘파보이는 누우의 앞발이 악어의 주둥이에 덥석 물렸습니다. 누우에게 초반에 승부를 결정짓는 치명적인 공격은 아니었을테지만, 이대로 가면 악어의 승리가 점차 가까워지는 상황입니다. 누우의 입장에서 이 신용정보조회 상황은 고역입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엄청난 고통을 수반해야 하거든요. 코앞에 있는 뭍으로 올라가지 못해 버둥거리다 서서히 죽음에게 먹혀갈 운명입니다.
사자가 어린 누우를 사냥하는데 성공하고 있다./sunsafaris.com
극적으로 악어 주둥이에서 발을 뺀다한들 전망이 밝지는 않습니다. 이미 발굽부터 근육까지 잘근잘근 악어 이빨에 씹혀 뭉개져있을 것이기에 비틀비틀 거리다 자빠져서 물속으로 텀벙 빠져들겠죠. 밀착 대기하던 악어는 전매특허인 죽음의 회전(데스 롤·death roll)을 선보이며 늪을 핏빛으로 물들일 터입니다. 피와 살점이 뭉게뭉게 물속으로 틈입하자 메기들이 덤벼들지도 모르죠. 누우에게 최선의 자비는 고통없이 숨통을 끊어줄 수 있는 단 한 번의 크고 강력한 공격일 테지요.
표범이 단독으로 누우 사냥에 성공하고 있다./sunsafaris.com
그 때 물살이 역 브이자 형으로 일렁이며 고통없이 삶의 번뇌를 끝내줄 구원자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물결을 타고 퍼진 피와 살냄새를 맡고 유유히 다가오는 이 구원자는 바로 다 자란 나일악어입니다. 애매한 크기의 악어에게 붙잡히는 바람에 살집이 너덜너덜해질때까지 정신이 또렷한 고통의 순간을 끊어주기 위해 괴물 악어는 물결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며 다가옵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상황은 마무리됩니다.
가족으로 보이는 치타 여러마리가 한꺼번에 누우를 쓰러뜨리고 있다./sunsafaris.com
잔혹한 윈윈입니다. 누우는 이 거대 포식자의 일격으로 고통없이 삶을 마무리하게 됐고, 거대 악어는 어부지리의 서사를 몸소 보여줬습니다. 이 상황의 단초를 제공해준 어린 악어는 어떻게 됐을까요? 거대 악어에게 동시에 사냥당했을 공산이 큽니다. 악어는 서로 잡아먹는 카니벌리즘을 통해 적자생존으로 최강 파충류에 오른 짐승입니다. 악어가 악어를 먹어치우는 것은 사람이 스팸김밥을 먹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죠. 가까스로 거대동족의 습격에서 살아났다면, 섣부른 사냥이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을테지요.
리카온 한 마리가 누우의 입을 물어뜯으며 공격하고 있다./Adventure in the Wild Safaris
그렇게 악어와 누우가 함께 찍은 각본없는 드라마가 펼쳐졌습니다. 채 피지도 못하고 악어 위장에서 삶을 마감한 누우의 처지가 딱하기도 하지만, 사실 좀 더 객관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으로 보면 누우는 사바나 야생에서 거뜬히 임무를 완수한 셈입니다. 사바나의 어떤 영양보다도 압도적인 쪽수를 자랑하는 놈들은 임팔라와 함께 맹수들을 살찌워주는 사바나의 대표적인 ‘밥’이거든요. 누우란 놈은 대체 어떤 족속일까요?
건기를 등지고 우기를 찾아 내서는 누우. 한번에 수백마리씩 이동한다./masaimara.com
이 짐승을 일컫는 이름은 여러 개입니다. 우선 잘 알려진 누우(Gnu)라는 말은 남아프리카 원주민인 코이코이족의 언어입니다. 서양에서는 윌더비스트(Wildebeest)라고도 부르죠. 남아프리카 백인들의 언어인 아프리칸스어로 야수(wild beast)라는 뜻이죠. 몸에 비해 아래위로 길쭉하고 머리 위에는 더블유 형태로 구부러진 뿔을 달고 있는 놈의 얼굴을 보면 그럴듯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월트디즈니의 걸작만화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그 야수의 느낌이 묻어나거든요.
대머리수리가 맹수들이 먹다남은 누우사체를 파먹고 있다./Simon Birding Blog
다른 이름으로 소영양이라고 해요. 아프리카 초원에 터잡은 수많은 영양 무리 중의 하나입니다. 이 가련한 짐승은 생김새가 그닥 매력이 없어요. 검은색과 고동색이 주를 이루는 몸색깔을 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덩치가 왜소하다보니 사바나 초식계의 맹수 물소에 비해 주목도가 가려집니다. 그렇다고 임팔라처럼 영롱하게 생긴 것도 아니고, 스프링복처럼 통통 튀지도 않고, 일런드처럼 거대한 덩치가 주는 위압감의 마력도 없을 뿐더러, 봉고처럼 신비로운 털색깔을 한 것도 아니에요.
우기로 신록을 머금은 초원에서 누우는 영양 무리 중 압도적인 숫자를 자랑한다./Cheetah Safaris
기하학적이니 뿔로 치장한 쿠두, 펜싱검처럼 쭉 뻗은 뿔과 우수어린 눈빛이 매력적인 오릭스에 비해서도 한참 처지는 외모입니다. 이 별볼일없고 우중충한 털빛깔을 한 놈들이 쪽수는 또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사바나의 아오안(아웃오브안중)이 되는 모든 조건을 두루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외모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될일입니다. 누우는 그 어떤 영양보다도 사바나 생태계를 들었다놨다하는 놈이거든요. 행정구역상으로는 케냐의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으로 나뉘어있는 동아프리카 대평원에서 100만마리가 넘는 누우 떼가 1600㎞를 이동합니다. 건기로 메마른 터전을 뒤로 하고 우기를 맞아 풀이 무성해진 푸른 초원을 찾아갑니다.
케냐 마사이마라와 탄자니아 세렝게티로 연결된 대평원지역에서의 누우 떼의 대이동은 최고의 사파리 관람 코스 중 하나로 꼽힌다./Africa Kenya Safaris
그 거대한 누우떼를 찾아서 사자·치타·하이에나도 함께 움직입니다. 이들이 악어가 득시글거리는 강을 굉음을 내면서 지나갈 때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누우떼가 지나간 풀밭은 잔디깎이가 지나간 것처럼 반듯하고 황폐해지는 것 같지만, 이들이 곳곳에 흩뿌린 배설물로 영양분을 흡수한 대지는 다시 새싹을 틔웁니다. 라이온킹의 오프닝곡이 ‘생명의 바퀴(Circle of Life)’에 딱 어울릴법한 활약상이죠. 이렇게 떼로 다니면서 번식기도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됩니다. 이동 중에 엇비슷한 시기에 흘레붙으니 엇비슷한 시기에 새끼를 낳습니다. 우기에 퍼붓는 비를 머금고 한껏 촉촉해진 초원에서 부드러운 풀이 돋아났을 때 동시다발적으로 출산이 시작돼요. 이 장엄한 순간이 그러나 늘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8개월의 임신 기간 끝에 세상에 나온 누우 새끼. 주변에 천적이 득시글거리는 엄혹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Latest Sightings
누우의 집단출산은 사바나의 육식짐승들에게 밥솥에 밥이 다 됐음을 알리는 시그널입니다. 사자·표범·치타·하이에나 같은 A급 맹수 뿐 아니라 리카온·재칼 같은 B급 이하 맹수들까지 어슬렁거리며 기회를 엿봅니다. 출산 중이니 암컷만큼 손쉬운 사냥감이 없거든요. 이 순간 가슴 저미는 잔혹한 장면이 펼쳐지는 건 막을 수 없는 자연의 섭리예요. 출산으로 기진맥진한 암컷, 아직 채 걷지도 못하는 새끼가 동시에 사냥 당해 잔혹하게 잡아먹히곤 합니다. 심지어 아직 출산조차 하지 않는 암컷을 쓰러뜨린 뒤 복부를 파고들어 태어나지도 않은 어린 것을 끄집어내가는 목불인견의 광경이 펼쳐지기도 하죠.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동물원에서 사육중인 누우. 더블유 형태의 뿔과 기다란 얼굴이 특징이다./Indianapolis Zoo
짐승들이 제 한 몸 먹고 살겠다고 본능으로 아등바등거리는 것으로 치고 넘어가기엔 마음 한구석이 아립니다. 어쩌겠습니까. 지금 이순간에도 많은 누우들이 맹수들의 한끼 식사로 삶을 마감하고 있을 것이고 이미 소화까지 끝나 똥덩이로 사바나 곳곳에 흩뿌려졌겠죠. 피와 살점, 내장이 뜯겨나간 휑한 몸뚱아리는 대머리수리와 재칼, 산미치광이의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고 있겠죠. 수천 수만마리의 누우 떼가 이동할 때는 그 발굽소리에 지축이 흔들립니다. ‘대자연을 지켜주고 있는 우리 족속을 가벼이 보지 말라’고 처절하게 외치는 듯 해요.
아메바부터 침팬지까지, 사람 빼고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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