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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까진 기다려 봐야죠. 좋은 작품엔 분명 관심을 보이고 구매 문의도 적지 않지만, 판매 속도는 확실히 더디네요.”
지난 8일 부산?우동 벡스코에서 VIP 프리뷰(사전관람)로 막을 올린 아트부산에선 하락 사이클에 접어든 한국 미술시장의 가라앉은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컬렉터들은 작품 앞에 오래 머물렀지만, 지갑은 쉽사리 열지 않았다. 한풀 꺾인 미술시장 투자 열기를 보여주듯 컬렉터들은 “살 만한 작품들이 있긴 하지만, 지금 사야 할 타이밍인지는 다른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이 대구와 함께 미술 컬렉션 전통이 탄탄 skt교통비지급 하다고 잘 알려진 만큼, 이날 전시장엔 적잖은 방문객이 모였다. 대형 갤러리 부스는 작품을 관람하거나 구매를 문의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3~4시간이 지나자 관람객 대다수가 빠져나갔고, 전시장은 금세 한적해졌다. 발 디딜 틈 없던 예년과 사뭇 다른 광경이었지만 갤러리들은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국내 갤러리 관계자는 “좋지 않은 시장 상 임금 황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구매열기도 예전 같지 않았다. ‘판매 완료’를 알리는 작품 옆 빨간딱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구매 문의가 적은 건 아니었지만, 판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경기 침체와 정치적 긴장 등 대내외적 악재로 작품 구매가 신중해졌다는 뜻이다. 가나아트 관계자는 “구매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홀드(구 현대자동차 노조 매 대기) 된 작품들도 있다”면서 “주말에 판매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블루칩’ 작가들의 인기는 여전했다. 시장 사이클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작품값도 꾸준히 우상향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기 때문. 특히 국제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작가의 작품일수록 수요가 많았다. ‘숯의 화가’ 이배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대형 회화 두 점을 내건 조현화랑에서 벌어진 오픈런이 대표적이다. 조현화랑에 따르면 이배의 작품은 각각 약 3억3700만원(24만 달러), 1억6800만원(12만 달러)에 팔렸다. 화랑 관계자는 “한발 늦어 아쉬워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전했다.
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여포 '아트부산 2025' VIP 프리뷰 전경. /사진=아트부산 제공
올해 아트부산에서 가장 큰 부스를 꾸린 국제갤러리는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의 ‘합이합일 분이분일’(2019)을 7000만~8000만원대에 팔았고, 설치미술가 양혜규의 ‘평창길 열두 물기운 ? #2 MJ134’(2022)도 8000만~9000만원 사이의 가격으로 팔았다. ‘불과 돌의 사나이’로 불리는 현대미술 거장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도 비슷한 가격대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우량주 선호현상과 함께 최근 국내 아트페어에서 감지되는 200만~2000만원 사이의 ‘쉽고 저렴한’ 작품에 반응하는 현상도 보였다. 가나아트에선 에디 강 작가의 작품 상당수가 판매됐고, 조현화랑이 800만 원대에 선보인 안지산 작가의 작품은 세 점 중 두 점이 홀드됐다. 일부 갤러리의 ‘선택과 집중’ 전략도 돋보였다. 우병윤 작가 솔로부스를 꾸린 선화랑은 2000만원의 가격표를 매긴 ‘중첩’ 등 세 점을 판매했다. 원혜경 선화랑 대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화랑 색깔을 보여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판매 실적과는 별개로 이날 아트부산을 찾은 컬렉터와 갤러리 관계자들은 한국 미술시장의 반등 가능성을 점쳤다. 전체 참가 갤러리 수가 17개국 109개로 예년과 비교해 줄어들긴 했지만, 29곳의 해외 갤러리가 신규 참가했다는 점에서다. 아트부산에 처음 나선 이탈리아 밀라노 기반의 마시모데카를로 관계자는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부산 지역의 새로운 컬렉터와 만나 네트워크를 쌓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술 컬렉터로 활동하는 파비앙 파코리 주중 프랑스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올해 아트부산은 한국 동시대 미술을 이끄는 새로운 세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라며 “기존 알려진 작가 외에도 야리라거 갤러리 부스의 정윤경 작가, 로이 갤러리의 신교명 작가의 작품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부산=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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